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첫 삭발

들꽃향기. 2014. 2. 2. 06:53



 


      첫 삭발 슬픔 가지고 웬만한 설움 가지곤 좀체 눈물을 보이지 않던 내가 새벽 먼동에 파르라니 깎은 머릴 매만지며 나의 믿음이신 그분의 품에 이르러서는 그만 흥건히.흥건히.목놓아 울어 버렸다 찬 눈 몰아치던 간밤에 좌복을 함께 적시던 알알이 3천 주 하얀 눈서리가 장삼 등골에 맺혔더랬어도 가슴 싸늘하게 쓸어 내리는 풍경 소리가 나를 놀라게 해도 한 마음 오직 한 생각 샘가에 이르러 꽁꽁 언 살얼음 깨고 옥수를 긷는 붉은 손가락 오늘을 기다려 사뭇 시집살이 억척 마당쇠였던 행자 생활 끝내 운명은 나를 여기까지 오게 하였다 첫 삭발 머리처럼 송송한 세상의 인연이 부뚜막 장작과 함께 훨훨 타오르던 날 - 원성스님 -